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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일 동안 들리지 않던 위성의 목소리

Edited October 24, 2026Share link · Read-on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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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밤하늘 위의 여울-1
지구 밤하늘 위의 여울-1
Acard 예시 블로그 글이에요. 큐브위성 "여울-1", 한빛대학교 우주동아리, 등장인물과 칠레의 무선사 모두 지어낸 이야기예요.

서하진읽는 데 9분

한빛대 우주동아리 지상국 담당

3년 동안 손바닥만 한 위성 하나를 만들었고, 그중 41일은 그 위성이 살아 있는지도 몰랐다.

5월 21일 새벽 3시 12분, 노트북 화면 속 파란 폭포에서 초록색 줄이 사라졌다. 그게 여울-1의 마지막 신호였다. 아니, 마지막이라고 우리는 41일 동안 믿었다.

손바닥만 한 위성

여울-1은 가로·세로·높이 10 cm, 무게 1.18 kg인 1U 큐브위성이다. 동아리 11명이 3년 동안 만들었고, 2026년 5월 12일 고도 520 km 태양동기궤도에 올라갔다. 하는 일은 하나, 궤도를 돌며 우리 학교 이름을 9600 bps 신호로 지구에 보내는 것.

숫자 카운트업

1,180 g
무게
520 km
고도
95분
한 바퀴
41일
들리지 않던 날

이 글에 나오는 말

위성은 비컨[1]위성이 정해진 간격으로 "나 살아 있어" 하고 보내는 짧은 신호.을 보내고, 지상국은 도플러[2]위성이 다가오면 주파수가 높아지고 멀어지면 낮아지는 현상. 한 번 지나갈 때 약 ±10 kHz 흔들린다.로 흔들리는 주파수를 따라가며, 위성 안의 와치독[3]컴퓨터가 일정 시간 응답이 없으면 강제로 다시 시작시키는 타이머.은 멈춘 컴퓨터를 다시 켠다.

  1. 비컨: 위성이 정해진 간격으로 "나 살아 있어" 하고 보내는 짧은 신호.
  2. 도플러: 위성이 다가오면 주파수가 높아지고 멀어지면 낮아지는 현상. 한 번 지나갈 때 약 ±10 kHz 흔들린다.
  3. 와치독: 컴퓨터가 일정 시간 응답이 없으면 강제로 다시 시작시키는 타이머.

9일째 새벽, 신호가 끊겼다

처음 8일은 순조로웠다. 서울 상공을 지나는 하루 4~6번의 기회마다 학교 옥상 안테나로 비컨을 받았다. 그런데 배터리 전압이 매일 조금씩 내려가고 있었다.

발사 뒤 배터리 전압 (하루 평균)
발사 뒤 배터리 전압 (하루 평균)배터리: D1이(가) 4.02V로 가장 높고, D9이(가) 3.49V로 가장 낮아요.0V2V4V6VD1D2D3D4D5D6D7D8D9VD1 · 배터리: 4.02VD2 · 배터리: 3.98VD3 · 배터리: 3.93VD4 · 배터리: 3.87VD5 · 배터리: 3.81VD6 · 배터리: 3.74VD7 · 배터리: 3.66VD8 · 배터리: 3.58VD9 · 배터리: 3.49VD9 · 3.49V
발사 뒤 배터리 전압 (하루 평균)
항목배터리
D14.02V
D23.98V
D33.93V
D43.87V
D53.81V
D63.74V
D73.66V
D83.58V
D93.49V
3.50 V 밑으로 내려가면 위성은 스스로 안전 모드로 들어가게 만들어 두었다.

9일째 새벽 패스에서 신호가 3분 만에 끊겼다. 다음 패스에도, 그다음 날에도 들리지 않았다. 옥상에 앉아 노트북만 보던 날이 이어졌다.

학교 옥상 지상국
학교 옥상 지상국
폭포 화면 속 비스듬한 신호
폭포 화면 속 비스듬한 신호

41일 동안 들은 것

우리는 포기하지 않았다. 41일 동안 서울 위를 지나간 패스 203번을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녹음했고, 23개 나라 51곳의 아마추어 무선국에 "들리면 알려 달라"고 메일을 보냈다.

203번의 패스에서 남은 것
203번의 패스에서 남은 것녹음한 패스 203 중 해독된 패스 0으로 전체 전환율은 0%입니다.인원이전 대비녹음한 패스녹음한 패스녹음한 패스: 203203—잡음 위에 뭔가 보인 패스잡음 위에 뭔가 보인 패스잡음 위에 뭔가 보인 패스: 383818.72%위성 궤도와 도플러가 맞은 패스위성 궤도와 도플러가 맞은 패스위성 궤도와 도플러가 맞은 패스: 111128.95%해독된 패스해독된 패스해독된 패스: 000%
203번의 패스에서 남은 것
단계값이전 단계 대비 전환율
녹음한 패스203—
잡음 위에 뭔가 보인 패스3818.72%
위성 궤도와 도플러가 맞은 패스1128.95%
해독된 패스00%
11번은 분명 여울-1이었다. 그런데 우리 9600 bps 해독기로는 한 글자도 나오지 않았다.
우리가 기대한 신호와 실제 신호
기대
9600 bps GMSK, 1 W, 10초마다
실제
12 WPM 모스 부호, 0.1 W, 2분마다
우리가 만든 안전 모드는 전력을 아끼려고 출력을 10분의 1로 줄이고 모스 부호로만 말하게 되어 있었다. 정작 그 모스 부호를 들을 해독기는 아무도 켜 두지 않았다.

칠레에서 온 메일 한 통

42일째 아침, 칠레 푼타아레나스의 무선사 마르타 비달에게서 메일이 왔다. 첨부한 폭포 화면에 가느다란 초록 줄이 비스듬히 그어져 있었다. 제목은 "Is this yours? It is beeping."

"삐 소리가 너무 규칙적이라 사람이 보내는 것 같지 않았어요. 그래서 궤도표를 찾아봤죠." - 마르타 비달
안전 모드 비컨을 들은 무선국 (42~47일째)
안전 모드 비컨을 들은 무선국 (42~47일째)값: 푼타아레나스, 칠레이(가) 9패스로 가장 높고, 삿포로, 일본이(가) 3패스로 가장 낮아요.0패스2.5패스5패스7.5패스10패스푼타아레나스, 칠레푼타아레나스, 칠레푼타아레나스, 칠레: 9패스9패스호바트, 호주호바트, 호주호바트, 호주: 6패스6패스트롬쇠, 노르웨이트롬쇠, 노르웨이트롬쇠, 노르웨이: 5패스5패스한빛대 옥상한빛대 옥상한빛대 옥상: 4패스4패스삿포로, 일본삿포로, 일본삿포로, 일본: 3패스3패스들은 패스 수
안전 모드 비컨을 들은 무선국 (42~47일째)
항목값
푼타아레나스, 칠레9패스
호바트, 호주6패스
트롬쇠, 노르웨이5패스
한빛대 옥상4패스
삿포로, 일본3패스

그날 밤 우리는 지난 41일 동안 녹음한 파일을 전부 모스 부호로 다시 돌렸다. 해독기는 40줄짜리 파이썬이었다.

코드 블록
cw_decode.pypython
# 여울-1 안전 모드 비컨: 0.1 W 모스 부호 해독import numpy as npdef cw_envelope(iq, rate, tone_hz, win=0.02):    t = np.arange(len(iq)) / rate    mixed = iq * np.exp(-2j * np.pi * tone_hz * t)    # 도플러로 흔들리는 톤을 0 Hz로    n = int(win * rate)    return np.convolve(np.abs(mixed), np.ones(n) / n, "same")def to_morse(env, rate, wpm=12):    dot = 1.2 / wpm                                   # 12 WPM이면 점 하나 0.1초    on = env > np.percentile(env, 80) * 0.5    edges = np.flatnonzero(np.diff(on.astype(int))) + 1    runs = np.diff(np.r_[0, edges, len(on)]) / rate    return "".join("." if r < 2 * dot else "-" for r, o in zip(runs, on[np.r_[0, edges]]) if o)
도플러로 흔들리는 톤을 먼저 0 Hz로 내리고, 신호 길이로 점과 선을 가른다.

위성은 하루 45번 재부팅하고 있었다

해독된 첫 문장은 "YEOUL1 SAFE BAT 3.41 RST 1847"이었다. 배터리 3.41 V, 그리고 재부팅 1,847번. 41일 동안 하루 약 45번, 거의 한 바퀴에 한 번씩 꺼졌다 켜진 셈이다.

여울-1이 41일 동안 갇혀 있던 고리
여울-1이 41일 동안 갇혀 있던 고리지구 그림자 진입 → 전압 급강하 → 와치독 재부팅 → 햇빛 구간 충전 → 지구 그림자 진입지구 그림자 진입 · 배터리 히터가 켜진다🌑지구그림자 진입전압 급강하 · 3.3 V 아래로 순간 하락🔋전압 급강하와치독 재부팅 · 컴퓨터가 멈췄다고 판단🔁와치독재부팅햇빛 구간 충전 · 다시 안전 모드로 깨어남☀️햇빛구간 충전
순환 단계
순서단계설명
1지구 그림자 진입배터리 히터가 켜진다
2전압 급강하3.3 V 아래로 순간 하락
3와치독 재부팅컴퓨터가 멈췄다고 판단
4햇빛 구간 충전다시 안전 모드로 깨어남
한 바퀴(95분) 동안의 전력
한 바퀴(95분) 동안의 전력태양전지 충전: 20이(가) 2.2W로 가장 높고, 60이(가) 0W로 가장 낮아요.0W1W2W3W분001010202030304040505060607070808090900 · 태양전지 충전: 1.9W10 · 태양전지 충전: 2.1W20 · 태양전지 충전: 2.2W30 · 태양전지 충전: 2.2W40 · 태양전지 충전: 2.1W50 · 태양전지 충전: 1.9W60 · 태양전지 충전: 0W70 · 태양전지 충전: 0W80 · 태양전지 충전: 0W90 · 태양전지 충전: 0W0 · 히터 소모: 0W10 · 히터 소모: 0W20 · 히터 소모: 0W30 · 히터 소모: 0W40 · 히터 소모: 0W50 · 히터 소모: 0W60 · 히터 소모: 1.6W70 · 히터 소모: 1.6W80 · 히터 소모: 1.6W90 · 히터 소모: 1.6W
한 바퀴(95분) 동안의 전력
항목태양전지 충전히터 소모
01.9W0W
102.1W0W
202.2W0W
302.2W0W
402.1W0W
501.9W0W
600W1.6W
700W1.6W
800W1.6W
900W1.6W
그림자 구간(60~95분)에서 히터 1.6 W가 배터리를 한꺼번에 끌어내렸다.

명령 하나를 올리기까지

원인은 히터였다. 해결책도 단순했다. 그림자 구간에서 히터를 끄는 명령 하나. 문제는 위성이 안전 모드에서 명령을 받을 수 있는 시간이 한 패스에 40초뿐이라는 것.

복구 순서

복구 순서
Step 1 of 5궤도 다시 맞추기

마르타의 녹음 9개로 궤도 요소를 고쳐 도플러 예측 오차를 3.1 kHz에서 0.4 kHz로 줄였다.

Step 2 of 5명령 연습

지상 예비기에서 40초 안에 명령을 받는지 31번 시험했다.

Step 3 of 5첫 시도 실패

47일째 새벽, 안테나 회전기가 얼어 붙어 놓쳤다.

Step 4 of 5두 번째 시도 성공

48일째 저녁 8시 41분, 응답 "ACK HTR OFF".

Step 5 of 5정상 모드 복귀

51일째, 9600 bps 비컨이 다시 들렸다.

명령을 올린 다음 날부터 재부팅 수는 하루 45번에서 0번이 됐다. 배터리는 사흘 만에 3.86 V까지 올라왔다.

다시 처음부터 만든다면

안전 모드 신호를 왜 그렇게 정했나요?

모스 부호는 아주 약해도 사람 귀로 들린다. 그 판단은 맞았다. 틀린 건 우리가 그걸 들을 준비를 안 한 것.

다음 위성에서 바꿀 것은?

히터는 배터리가 3.6 V 이상일 때만 켠다.

안전 모드 비컨 해독기를 처음부터 지상국에 함께 켜 둔다.

마르타는 지금 뭐 하나요?

여울-2 지상국 협력 명단 첫 줄에 이름을 올렸다. 동아리방에는 푼타아레나스 엽서가 붙어 있다.

✓안전 모드 해독기를 지상국 기본 설정에 넣기
✓히터 켜는 조건에 전압 하한 넣기
해외 무선국 협력 명단 51곳을 공개 페이지로 정리하기
여울-2 발사 (2027년 하반기 목표)

41일 동안 우리가 들은 건 잡음이 아니었다. 위성은 내내 말하고 있었고, 우리가 다른 언어로 듣고 있었을 뿐이다. 다음에는 처음부터 귀를 하나 더 열어 둘 생각이다.